[하루를 열며] 2.7그램의 무거움
계란 한 개의 무게는 보통 사이즈가 50~60그램이라고 한다. 그중에달걀껍데기의 무게는 5~6그램이 나간다고 한다. 속에 든 흰자와 노른자를 빼내고 남은 껍데기는 손에 별 무게감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가볍게 부서진다. 그런데 그보다 더 가벼운 희고 매끄러운 2.7그램의작은 공이 탁구공의 무게란다. 탁구대의 상판 표면은 폭 1.525m, 길이 2.74m의 직사각형으로 바닥에서 76cm 위에 수평으로 되어 있다. 탁구대 상판엔 길이로 센터라인이 그어져 있고 가운데 15.25cm 높이의 네트가 탁구대의 반을 갈라놓고 있다. 선수들은 달걀껍데기보다 가벼운 작은 공을 이 좁은 사각 공간의 면적 안에다 공을 떨어뜨리고 받아내야 한다. 탁구라는 것은 결국, 자신의 힘을 최대한으로 눌러 그 날아갈 듯 가벼운 공을 상대의 공간으로 던져놓아야 한다. 때로는 그 작은 공을 상대의 공간으로 사납게 내리쳐서 튀어 오르는 공을 상대가 받아치지 못 하는 경우가 득점으로 연결된다. 또는 상대가 보낸 튀어 오르는 공을 힘껏 내려쳐서 상대 공간 밖으로 떨어져도 아웃이 되고 점수를 잃는다. 너무 힘을 빼면 네트에 걸려 실점이 되고, 조금만 방심하여 손에 힘이 실리게 되면 여지없이 공은 탁구대 밖으로 튀게 된다. 힘을 줄 수도, 아주 안 줄 수도 없는 그 작은 무게의 공을 달래느라 선수들은 땀을 흘린다. 나는 탁구경기를 보면서 우리 인생의 삶을 보는 것 같다. 세상은 넓고 끝이 없이 커 보이지만 우리가 설 곳은 그 작은 사각형의 탁구장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힘껏 세게 쳐 내어 볼 수 있지만, 그어진 탁구코트를 벗어나게 해선 안 된다. 아무리 힘이 세어도 남을 때려서는 안 되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모두 개개인의 가치와 자유와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법으로, 또한 도덕으로 그어주고 있음이다. 진정 괜찮은 사람은 자신의 재물이나 외모, 학벌 같은 것이 그보다 못한 이에게 위화감이 되지 않도록 2.7그램의 공을 가슴 속에서 늘 조율하며 살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계란껍데기보다도 가벼운 탁구공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의미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나무들은 그저 그 자리에서 아무도 해치지 않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룰 밖으로는 나갈 생각도 하지 않고 자라고 있다. 봄, 여름 따뜻함 속에 마음껏 자라나 씨를 얻은 후에는 가을이 되면 훌훌 미련 없이 화려했던 잎들을 벗어버리고 맨살로 찬 겨울 앞에 선다. 저 가벼운 공처럼 꾹꾹 눌러 자신의 잘나고 자랑하고픈 마음을 다듬어가며 너무 세게도, 너무 약하게도 아닌 세상 속에 어우러져 모두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치열하면서도 온화해야 한다, 또한 이상주의자이면서 현실주의자여야 한다.’ 마틴 루서 킹의 말이 생각난다.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이던 선수들을 몇 점을 뒤지고 있는 상대 팀의 코치가 타임아웃으로 불러낸다. 선수들은 그 작은 공에 얼마나 휘둘렸는지 땀 닦을 수건부터 받아든다. 왜 이런 작은 공의 스포츠를 만들었을까? 그건 때때로 아무 데로나 튈지 모르는 우리의 마음을 다잡으라는 인생의 추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만하지도, 비굴하지도 않은 마음가짐…. 쉽지 않은 세상, 내 속에 탁구공 하나 넣어 놓을까? 경기를 끝낸 선수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땀을 닦는다. 이경애 / 수필가하루를 열며 상대 공간 탁구대 상판 탁구공 하나